[시낭송] 사막의 비늘 - 이로운/영애시낭송

[시낭송] 사막의 비늘 - 이로운/영애시낭송

영애시낭송

1 год наза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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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월간모던포엠 2023년 11호
#사막을걷는것 #너무멀리왔어 #잠에서빠져나오는시린발목들/


시 : 이로운/사막의 비늘/


매일 같은 꿈을 꾸지

해변을 걷는데 사막을 걷는 것 같은
마주 오던 사람이 편의점 위치를 묻고
모르는 그곳을 가리키며
챙기지 못한 세면도구를 떠올리는
모래에 빠지는 발목을 보며
사막의 능선을 넘고 있구나 생각하는

‘너무 멀리 왔어’

뒤돌아보면 어느새 집 앞에 서 있는
불 켜진 창밖을 서성이다
여명에 사라지는 영혼이 되는

사막이라고 삭막한 것만은 아니야
우기엔 물고기가 살고
소금사막이 호수가 되고
바위틈에서 리돕스를 발견하기도 하고

바람 소리로 흐느꼈을까
무너지는 사구 속으로 끝없이 함몰될 때
느닷없이 나타난 검은 개가
송곳니를 드러내고 달려들지 않았다면
아마 깨어나 커튼을 젖히지 않았을 거야

꿈은 꿈을 깨우기도 해

알람이 굿모닝하고 아침을 부르고
희뿌연 창밖을 바라보며
코발트 빛 하늘이군 말하지만
그건 어디까지나 꿈속의 꿈

어딘가를 향하여 걸을 예정이고
예기치 않은 익숙한 장면을 위해
잊은 것들을 기억해 두려 해

잠에서 빠져나오는 시린 발목들
발목을 움켜쥐며 쫓는 발자국

매일 같은 꿈을 꿔
광활한 모래 위에 파라솔을 펴는

해변은 해변이라서
사막은 사막이라서

모래바람이 불지





2023. 월간 모던포엠 11월호



어느 임의 사진을 배경으로 사용했습니다.


#시낭송박영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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